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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SBS) 유해물질 '폴폴' 나는 인조잔디

관리자 | 2013.04.17 13:32 | 조회 1931
최근 인조잔디 운동장이 깔린 학교가 부쩍 많이 늘었습니다. 푸르게 펼쳐져 있는 잔디운동장과 그 위를 마음껏 뛰어다니는 학생들을 보기만 해도 흐뭇해집니다. 먼지 나고, 비만 오면 움푹 파이는 모래 운동장에 대한 기억만 있는 기성세대에겐 새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인조잔디 운동장을 사용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보기에만 좋지,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라리 옛날 모레 운동장이 더 나았다.” 이렇게 답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인조잔디 운동장이 없는 학교로 전학가고 싶다고 얘기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조성된 인조잔디 운동장이 시쳇말로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것입니다.

늘어나는 인조잔디 운동장…질적 수준은 저하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인조잔디 운동장이 조성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05년부터입니다. 교육환경개선과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교육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각 지자체가 일정 금액을 나눠 부담해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렇게 전국에 초중고등학교에 조성된 인조잔디 운동장은 1,580곳이나 됩니다. 그런데 인조잔디 운동장이 이렇게 수적으로 늘어나는 동안, 운동장의 질적 수준은 오히려 나빠졌습니다.

지난 2005~6년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 사업 초기에 만들어진 초중고등학교 서너 곳을 다녀와 봤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푸른 잔디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좋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운동장을 5분 정도 걸었는데, 제 구두와 바지에는 미세한 인조잔디 파편이 한가득 묻어났습니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학생들의 신발과 옷은 물론, 체육 시간에 사용하는 공, 기구 등 잔디 파면이 없는 곳은 없었습니다. 낡은 잔디가 깎이면서, 미세한 잔디 파편들이 밖으로 빠져나온 것입니다. 일부 학생들은 잔디가 옷이나 손, 발 등에 많이 묻어서, 밥을 먹을 때 입으로 들어갈 정도라고 했습니다.

건강을 위협하는 고무 충전제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잔디 밑에 단단하게 박혀 있어야 할 검은색 충전제였습니다. 작은 고무조각인 이 충전제는 잔디 밑에서 잔디를 고정하고, 뛸 때 잔디 위로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좋은 재질의 고무가 많이 나와 있지만, 처음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할 당시에만 해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폐타이어를 잘라서 만든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운동장 사용 연한이 끝나가자, 헐거워진 틈새로 이 고무조각들이 쉽게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손으로 잔디를 한두 번 훑기만 해도 미세한 고무조각 수십 개가 튀어나왔고, 손은 금세 시커멓게 변해버렸습니다. 또, 낮에는 강한 햇볕을 받은 고무조각에서 해로운 냄새까지 올라와 십여 분만 서 있어도 머리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중금속과 발암물질도 검출
이렇게 오래된 인조잔디 운동장이 안전할 리가 없습니다. 환경부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의뢰해 전국의 50개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을 검사해봤습니다. 대부분의 운동장에서 벤젠과 같은 발암물질은 물론, 납, 크롬, 아연 같은 중금속이 검출됐습니다.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해 기준치를 초과한 항목은 없었지만, 대부분이 기준치에 근접한 수준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아연은 최대 수천 ppm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환경부 연구용역을 수행했던 연세대 의대 임영욱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통 위험하다고 하면 나쁜 물질이 호흡을 통해서 들어가는 것만 생각들을 하는데, 사실은 애들이 구르고서 온몸에 달라붙기 쉽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호흡기로 뿐만이 아니라 피부로도 들어가고, 심한 경우는 어아들이 먹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에 검출된 아연 같은 물질들은 아이들의 면역효소 결핍과 연관돼 있습니다. 성장기 아이들의 면역에 이상이 생긴다는 건, 아이들이 앞으로 다른 치명적인 질병들이 유발될 개연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매우 강력하게 규제하고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한번 조성하면 끝…관리는 나 몰라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조잔디 운동장은 교육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각 지자체 등이 일정 비율로 예산을 나눠 지원해 조성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조성할 때는 예산을 지원했는데, 이를 관리하고 보수하는 데는 무관심하다는 것입니다. 인조잔디 운동장의 사용연한은 최대 7년으로, 현재 조성된 전국의 인조잔디 운동장 1,580곳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200여 곳이 사용연한이 거의 다 되거나 이미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보수관리를 제때 해온 곳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유지보수에 관한 규정이 없다 보니, 관련 예산이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일부 학교에선, 운동장을 일반에 개방하고 받은 사용료로 조금씩 개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는 어차피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거면 아예 인조잔지 운동장을 만들지 않겠다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절대 사소하지 않은 문제…유지·보수 규정 절실
지난 1986년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우주선 ‘챌린저호’는 직경 0.28인치의 ‘오링 O-ring'이라는 작은 부품 하나의 결함이 사고 원인이었습니다. 지난 2003년 1월 지구로 귀환 도중 폭발한 콜롬비아호 역시 왼쪽 날개에 작은 파편을 맞은 충격 때문에 폭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치명적인 사고들이 대개 간단한 결함 때문에 발생합니다. 마찬가지로 훗날 우리 아이들이 성인으로 자랐을 때, 오늘 우리가 사소한 문제로 생각해 넘겼던 것이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 사람들이 자동차 열쇠를 바꾸러 갈까요? 텔레비전이 켜지지 않을 때, 손에 이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정형외과로 달려갈까?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은 자동차 내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고, 텔레비전이 켜지지 않는 것 역시 내부에 이상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를 바꾸고 싶다면 해결책을 바꾸어야 하며 같은 과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지난 7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인조잔디가 가지는 문제점이 충분히 노출됐습니다. 인조잔디를 장려하는 것 못지않게, 관리와 보수에 필요한 규정 마련과 예산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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